순간 순간 나는 나에게 최면을 건다.
넌 이런 사람이야.
그러니까, 넌 이렇게 이렇게 가야해.
그렇게나 저렇게 해버리면..안돼,
왜냐면 넌 이런 사람이니까..
절대, 그런 저런 사람은 할 수 없어, 넌 이런 사람만 가능해.
처음 며칠은 난 정말 이런 사람인 거 같은 착각에..
되도 않는 용기도 내본다.
그리고 난 실제로 이런 사람이 된 거 같다.
하지만, 최면은 내가 예상치 못한 순간이 탁...풀려버린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있는 그대로 읽혀지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눈치채기 전 나는..그런 저런 모습을 감추고..
다시 이런 사람으로 재정비 해버린다.
그 짧은 순간을 눈치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리고 그걸 눈치챈 사람과는 멀어지면 그만이었다.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으로 안되면, 모르는 사람처럼..
그게 편했다라고 말할 정도로 냉정한 사람인게 좋았다.
근데, 들키면 들키는 대로 그저 그대로 봐줄 수 있다면..
그것 또한 나에게 또다른 편안함을 가져다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내가 상상만하기에도, 나에겐 자격이 없는 거 같았다.
편안함이라고 말하기엔 모자르다..
그냥 나를 나 그자체로 인정해주는 그것..
지내온 긴 시간들을, 니가 원하지 않는다면..
혹은 당신들이 원하지 않는다면 기꺼이 사라져 주겠다고..
난 무표정한 얼굴로 말한다.
단지, 그게 쯔요가리라는 건 나만 아는 진실이다.
오해를 받아도, 그건 어쩔 수 없는 것..그러니까 난 누구에게도..
민폐를 끼치지 말고, 조금은 완벽한 사람인 척...그렇게 살아야해..
그래야 누구도 나를 무시하지 않을거니까..
하지만, 진짜 나는...어눌하고 허술해서 금방 들켜버리는 사람..
그래도 끝까지 고집피우면서, 난 아냐..그건 정말 내가 아냐..
난 사실, 사실은..꽤나 완벽한 사람이라고..변명해본다.
내가 쓴 탈 바깥으로...내가 삐져나와있는데..아니라고 우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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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힘들게도 산다.
그걸 인정한다고 한순간에 내가 없어지는 것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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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랑 헤어진 어느 날부터 나는, 사람을 좋아하는 법을 잊어버린 사람같다. 사람에게 호감을 갖는 것까지 잊어버리진 않았는데 사람을 어떻게 좋아해야 하는지,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에 대한 감을 모두 잃은 거 같다. 니가 나에게 아무리 잘했어도, 니가 마지막에 준 상처 하나를 뛰어넘을 수 없었다고 나는 아프고 아파서 아프다는 말도 못할 정도로 너덜해진 가슴으로 그렇게 버틴거라고..너에게 마지막 사람이고 싶은 욕심이 도를 지나쳐 나를 갉아먹어도 절대로, 그 자리를 내주긴 싫다는 내 고집때문에, 황폐한 머릿속에 메마르기 짝이없는 생각들을 담고 살았어. 그게 너무도 당연한 것처럼...
니가 주는만큼만, 너에게 줄게..하지만 그 이상은 어려워..왜냐면 난 상처를 떠안을 자신이 없거든. 그 어느날부터 바보가 되더니 지금은 그 해결방법도 모르는 천치가 되서, 그래서 니가 좋기는 하지만 딱 거기까지만 딱 그만큼만..이라고 생각하는 나를 보니, 난 아직도 멀었나봐..
3년을 함께, 스키장을 갔어도..턴을 할 수가 없어서, 내려오는 내내 너무 다리가 아파서 몇 번을 쉬고 또 쉬고 넌 그런 나를 버려두지 못해서 얼르고 달래면서 그렇게 내려오곤 했는데, 처음엔 고마운 마음이, 미안함으로 변하고 그 미안함이..나중엔 짜증이 됐어. 따라가지 못하는 내 우둔한 몸뚱아리와 그런 나를 더 미안하게만 만드는 니 행동이 나중엔 고맙지가 않았어.
만약, 니가 그날의 나를 봤다면 아니 본다고 생각하고 더 열심히 달렸거든. 근데 그렇게나 어려워 나는 평생을 가도 못해볼 거 같던 그게, 정말 단 한 순간에 어설프게나마 되더라. 그래서 무작정 무섭던 두려움도 사라지고, 난 한번도 슬로프 가에 앉아서 쉬는 일은 없어졌어. 리프트 줄이 너무 길어, 시간이 지연되는 것만 속상했어. 그래서 난 너에 대한 마음의 짐도 덜었어.
헤어지고 2년을 꼬박 내가 스키장에 갈 수 없었던 이유..혹시라도 마주치면, 니가 불편할지도 모른다는 내 같잖은 생각..이젠 그거 안해. 담에 혹시라도 니가 날 보게 되면 넌 나를 아는 척 하거나, 알아볼 수 없을지도 몰라. 내가 그렇게 해줄거니까..그 아름답게 빛나던 슬로프를 다시 한번 가게 되면 그땐 이제 나는 나로서 즐거울 수 있을 거 같아.